펠릭스 & 애쉬 C

애쉬
그러니까…… 분명, 서고 책상에 놓고……

애쉬
……어라, 펠릭스?

펠릭스
………………

애쉬
별일이네요. 펠릭스가 책을 다 읽으시고.

애쉬
마음에 드시면 빌려드릴까요? 저는 이미 다 읽었거든요.

펠릭스
……필요 없어. 누구 책인지 확인하려던 것뿐이야.

애쉬
그럼 한번 읽어 보세요.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애쉬
기사도 이야기의 정석에서 살짝 벗어나 있지만, 그게 또 매력이라……

애쉬
펠릭스도 기사도 이야기를 즐겨 읽으시나요?

펠릭스
안 읽어.

애쉬
무턱대고 싫어하다니 아까워요. 기사도 이야기, 좋아하실 거 같은데……

펠릭스
……그런 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애쉬
음…… 역시 누가 뭐래도 이야기 속 기사들은 다들 멋있거든요.

애쉬
우정과 충의를 중시하며 정의를 관철하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는 생각이 들곤 해요.

펠릭스
……시시하긴.

펠릭스
그런 허상의 이야기에 사로잡히는 인간일수록 개죽음을 당하는 법이야.

펠릭스
우정, 충의, 정의…… 그런 것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바보를 영웅이라 떠들지.

펠릭스
사상을 통제한다는 의미에서는 폭군보다도 몇 배는 질이 나빠.

애쉬
그,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아요. 저는 그저……

펠릭스
네 취향에 왈가왈부하는 게 아냐.

펠릭스
하지만 이상에 열을 올리는 건 정도껏 해 두라고.

애쉬
펠릭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펠릭스
………………

애쉬
정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쏙 빼닮았어요!

펠릭스
……………… ……뭐?

애쉬
입이 걸고, 다가가기 어렵지만…… 사실은 동료를 아끼고 무척 친절하죠.

애쉬
이 이야기는 그런 고고한 기사가 동료와 함께 영웅이 되는 이야기예요.

펠릭스
……쳇, 기분 나쁘게. 그런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

애쉬
응, 그런 말투까지 어쩜 이렇게 주인공이랑 똑같죠?

펠릭스
………………

애쉬
아, 그렇지, 펠릭스. 역시 이 책, 빌려드릴게요.

애쉬
속는 셈치고 읽어 주세요. 감상도 꼭 들려주시고요.

펠릭스
어이, 잠깐…… ……쳇, 왜 이렇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