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나츠 & 시릴 B / houses.fedatamine.com

시릴 enters the scene

이그나츠 enters the scene

……이그나츠, 뭐 해?

아, 시릴. 밖을 보고 있었어. 너는 지금부터 일하려고?

응. 어제 비 때문에 생긴 큰 물웅덩이. 방해되니까 쓸어 내서 치워 버리려고.

아아, 저기 보이는 거 말이지? 치워 버리는구나, 아깝네.

아까워?

물웅덩이가 있는 풍경을 즐기고 있었거든. 아, 그치만 신경 쓰지 말고 일해도 돼.

……저기. 이 풍경의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거야?

어? 그야, 이렇게나 아름답잖아.

언제나의 풍경에 물웅덩이가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기도 하고. 그리고……

같은 모양의 물웅덩이는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아. 웅덩이에 비친 햇빛도 똑같이 빛나지 않아.

지금 이 순간만의 아름다운 풍경. 그렇게 생각하면 놓치고 싶지 않잖아?

응, 그렇네.

……어라? 이그나츠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왠지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비가 그친 뒤의 풍경따위, 특별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건 시릴의 마음이 지금 평온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풍경을 보는 시선은 그때그때 심경에 따라 바뀌는 거니까.

……흐음.

……내 기억 속에 있는 팔미라의 풍경은 생기가 없고, 적적한 풍경이야.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거든. 하염없이 가도 하늘과 초원밖에는 보이지 않아.

자신이 정말 그곳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게 될 정도인…… 그런 풍경이었어.

하지만 이상하네. 지금 떠올려 보면 엄청 웅장하고 예뻤던 것 같기도 해.

심경에 따라 기억 속 풍경도 바뀌는 걸지도 모르겠어.

그건 그렇고…… 역시 흥미진진하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초원밖에 없는 풍경이라니. 팔미라에는 그런 곳도 있구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거려……

……이그나츠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응? 이상해? 그런가?

이상하잖아. 풍경을 떠올리면서 황홀한 얼굴이라니.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걸.

아하하…… 뭐, 맞는 말 같아. 그래도 가 보고 싶네, 팔미라.

저기, 시릴. 언젠가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함께 가지 않을래?

고향에 대한 기억이 생기 없는 풍경이기만 한 건 뭔가 아깝잖아?

아까워? 그런가. 그래도…… 응, 생각해 볼게.

«
C
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