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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월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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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재림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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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트
enters 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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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nters 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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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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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마침 잘됐다. 지난번 도둑 이야기, 했던가요?
도둑?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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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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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왜, 거리에서 마주쳤잖아요. 노점에서 책을 훔쳐 달아난 그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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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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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저는 도둑을 뒤쫓아서 무사히 붙잡긴 했는데요……
도망쳤나?
훔친 책값을 못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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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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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제대로 붙잡았어요. 저, 달리기는 자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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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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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책값은 받지 않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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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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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받지 않기로 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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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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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래서 사실 그 뒤로 얼마 동안 돈이 없어서 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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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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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 사람을 붙잡아서 왜 책을 훔쳤는지 물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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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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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팔릴 것 같아서 그랬대요…… 많은 돈이 필요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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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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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병에 걸리는 바람에 그 약값을 마련하려 했다면서.
속은 것이다
아이가 있을 나이로는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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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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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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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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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말로 아픈 아이가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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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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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에 비하면 싼값이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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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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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털어놓자면, 저도 옛날에 그 사람하고 같은 짓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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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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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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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지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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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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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고, 남동생과 여동생을 먹여 살리려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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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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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열심히 일해도 버는 돈은 아주 아주 적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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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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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훔쳤어요. 거리를 걷는 사람, 병사,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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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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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의 기쁜 표정을 보면 저도 기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꾸……
상상이 가지 않는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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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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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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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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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제가 아홉 살이 된 무렵이었나. 영주님 댁에 도둑질하러 간 적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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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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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듯한 물건은 많았지만, 눈길을 끈 것은 값비싸 보이는 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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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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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이 『루그와 바람의 소녀』였어요. 멋진 기사 그림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멋져서 훔쳤나?
그래서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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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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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물론 그것도 있지만…… 책은 굉장히 값진 물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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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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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책을 훔친 저는, 아니나 다를까 영주님께 붙잡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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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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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주님이 바로…… 로나토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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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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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로나토님도 참 대단하세요. 아무 말 없이 저한테 책과 돈을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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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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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못 읽는다고 하자, 동생들이랑 저를 댁으로 불러서 읽는 법도 알려 주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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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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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흉내 내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분처럼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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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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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쁜 짓을 저지른 만큼, 착한 일을 많이 해서 갚으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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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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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출은 조금 속이 쓰렸지만 그 사람을 도운 것은 후회하지 않아요……
정말 그래도 괜찮나?
그것은 그저 자기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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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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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물론 저도 알고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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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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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돈을 조금 준다고 해서 그 사람 생활이 나아지진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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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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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가난한 사람을 다 도울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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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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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역시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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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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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저는 어떻게 해야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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