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 & 길베르트 A

디미트리
……이런 늦은 밤에 무슨 일이야. 검을 손에 들고 예배라도 할 셈인가.

길베르트
기도를 올리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러 왔습니다.

디미트리
……그렇군.

길베르트
당신은 폐하를 정말 닮으셨습니다. 연기나 거짓말이 서툰 점까지, 정말……

길베르트
자신을 죽이라고 한 것은 본심이셨지요. ……어물쩍 넘기시려 해도 저는 압니다.

디미트리
……역시 대단해. 뭐든 다 꿰뚫어 보는 건가, 자네는.

길베르트
당연합니다. 전하가 태어나셨을 때부터 저는 줄곧 당신을 지켜보았으니……

길베르트
그래서 더욱 안타깝군요. 마치, 제 아이를 해치는 듯한 심정입니다.

디미트리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자, 단번에 끝내 줘.

길베르트
……예.

길베르트
하앗……!

디미트리
정말로…… 엄격한 사람이군, 자네는.

길베르트
죽으면 편해지리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단지 회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길베르트
사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당신은 살아서 계속 싸워야 합니다.

디미트리
죽어 간 이들이, 죽여 온 이들이 나의 죽음을 바란다고 해도 말인가.

길베르트
설령 누군가가 전하의 죽음을 바라더라도 전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또한 있습니다.

길베르트
퍼거스에, 대수도원에, 우리 군에. ……그리고 이곳에도 한 사람.

길베르트
당신을 모시며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것. ……그것이 저에게 있어 속죄입니다.

디미트리
……………… ……저기, 내 손을 한번 봐.

길베르트
……떨고 계시는군요.

디미트리
나는 자네의 검을 눈앞에 두고 처음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

디미트리
이대로 죽을 순 없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한 것은 처음이야.

디미트리
구스타브…… 나는 정말로 살아 있어도 괜찮을까.

길베르트
……살아 주십시오. 살아야 합니다……

디미트리
……고마워.